네가 내게 왔을 적에 너는 향기로웠다. 나는 너를 포르투갈의 어느 작은 소도시 고성에서 처음 보았다. 딱 차분하니 알맞은 향기가 좋아 그리고 고성에서의 기억을 남기고자 너를 애써 데려왔다.


처음에는 너를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가벼운 철제 상자에 든 너는 존재만으로도 내뿜는 향만으로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너는 내게 이미 지나온 고성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 다시 너를 본다. 너는 어느새 다 갈라져 이전만큼의 향을 내뿜지도 못한다. 갈라진 틈으로 검은 골짜기가 보인다. 나는 가만히 들여다본다. 언제였나. 누군가 부주의하게 뜯어낸 너를 나는 물에 담뿍 묻혔다. 너를 문질렀다. 너는 거품을 내주었다. 나는 네가 하얗고 동그랗던 날을 기억한다. 너는 이제는 그만 검은 틈새를 드리운다. 


네가 더는 없게 되면 나는 너의 검은 틈을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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