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아니면 한 번 이상 이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둘게요. 저는 더 이상 이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같은 아이디만 써왔고 저말고 이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제가 알기로는) 없으니 아마 쉽게 제가 어디에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찾아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 궁금하시다면 살짝 메일 주세요 alreadyblues@gmail.com) 


아주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을 보니 참 좋네요. (지금이라면 절대로 쓰지 않았을 글도 있어 민망함도 함께 몰아치지만) 사실 스페인에 머물렀던 2013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때의 전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처럼 세월호를 몰랐고, 3년 후에 제 삶이 어떻게 결론지어졌을지도 몰랐습니다. 2013년은 2012년에 겪었던 여러 끔찍했던 일들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을 때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일이 일과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로 뭔가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것들 중 무엇도 갖고 있지 않거나 일부만을 간신히 붙들고서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저는 2013년처럼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글로 뭔가를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어떻게든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과연 내게 아직도 어떤 욕구가 남아있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한 관성인지 경로의존성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잊어버렸으니 또 열심히 찾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제가 이베리아 반도에 있었을 때처럼 온전히 제 자신일 수 있고 또, 살아가고 있는 순간순간을 명확히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 때가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런 때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혹 이 글을 읽고 제가 만든 또 다른 글쓰는 공간을 찾는 분이 계신다면 꼭 제게 알려주세요. 그럼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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