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2015)

The Throne 
7.8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정보
시대극 | 한국 | 125 분 | 2015-09-16



오랜만에 굉장히 무게감 있는 영화가 나왔다. 몇몇 장면은 너무도 강렬해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쉬이 떨어지질 않는다. 배우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묵직한 영화라고 해서 그 영화가 전체적으로 빼어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단일 사건을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긴 감이 있고 마치 후기처럼 10년 후를 보여준 부분은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정조 역의 소지섭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끝을 맺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조나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와 같은 중심 인물을 제외하면 개별 인물들의 욕망이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도 했다. 몇몇 장면은 이런 이유 때문에 작위적이게 보이기까지 했다. 단일 장면으로 꼽자면 사도세자의 상 중에 갑자기 화완옹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린 정조가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했던 장면. 전반적으로 화완옹주가 나오는 장면 중에 그런 것이 많았다. 그의 욕망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고, 영화는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친절함의 문제라기 보다는 영화적 내러티브의 문제로 보인다. 우스갯소리로 사도세자가 '공부 못해서 죽었다'는 말이 돌기도 하는데 이 역시 '설명 부족'이라는 연장선에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수십명의 궁궐 내시·나인을 죽였다고 한다. 영화에는 결정적으로 이 사실이 누락돼있다. 그러니 영조가 자식에게 차차 실망해가는 내러티브가 장황하지만 이러한 갈등 구조가 어떻게 '뒤주'에까지 가닿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했던 말을 하나의 문장으로 종합해보자. 사도는 묵직하나 전반적인 균형감이 떨어지는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왕의 남자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된다. 왕의 남자는 극 중 중심 인물들의 욕망이 하나하나 설명이 되는 영화였는데, 사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런 기억이 난다. 10년 전에 왕의 남자가 개봉했을 때, 스스로를 '왕의남자 팬'이라고 자처했던 혹자는 영화 속 중심 인물들이 4명이니 각자의 시선에 따라 영화를 4번은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교적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이 납득할 수 있는 감정선 안에서 흘러갔기 때문일 것이다. 왕의 남자를 보고 나는 이 평에 공감했다. 영화가 어떤 인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일 없이 굳건한 스토리라인에 인물을 슬쩍슬쩍 놓아두는 것 같은 '균형감'. 그것이 왕의 남자에는 있지만 사도에는 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도: 묵직하나 전체적인 균형감이 떨어지는  (0) 2015.09.28
인사이드 아웃 (2015)  (0) 2015.09.15
쥬라기월드 (2015)  (0) 2015.07.02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인사이드 아웃 (2015)

Inside Out 
8.4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리처드 카인드, 빌 하더, 루이스 블랙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102 분 | 2015-07-09



영화가 모두 끝나고 나오는 보너스 컷에서 라일리의 아빠 머릿속 주감정은 '화남' 그리고 라일리 엄마의 주감정은 '슬픔'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라일리의 주감정은 '기쁨'이고 아마도 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정되겠지. 나의 주감정이 '슬픔'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는데 어쩐지 그러니 더욱 '슬픔'이 지배하는 느낌이 들어서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화가 나는 것도 즐거운 것도 결국에는 슬픔으로 되돌아오니 '그래도 괜찮다'거나 '그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도: 묵직하나 전체적인 균형감이 떨어지는  (0) 2015.09.28
인사이드 아웃 (2015)  (0) 2015.09.15
쥬라기월드 (2015)  (0) 2015.07.02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쥬라기 월드 (2015)

Jurassic World 
6.7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BD 웡
정보
액션, 스릴러, SF, 공포, 어드벤처 | 미국 | 125 분 | 2015-06-11



"뭐야 이렇게 이유도 없이 사람 계속 죽는 거 싫어! 맥락 없이 사람 죽어나가는 걸 왜 내 돈 주고 봐야해?" <실제로 한 말1


"차라리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소년들이 타고 다니던 놀이기구였다. 그걸 타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어" <실제로 한 말2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도: 묵직하나 전체적인 균형감이 떨어지는  (0) 2015.09.28
인사이드 아웃 (2015)  (0) 2015.09.15
쥬라기월드 (2015)  (0) 2015.07.02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차이나타운 (2015)

Coin Locker Girl 
6.9
감독
한준희
출연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박보검, 고경표
정보
| 한국 | 110 분 | 2015-04-29



차이나타운이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성적을 받아든 것에 항변하고 싶다. 적어도 차이나타운은 이렇게 평가절하될 영화는 아니다. 만듦새가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영화가 존재한다. 차이나타운은 적어도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영화였고 나는 정확히 그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 어떤 영화평론가는 여성 영화로서의 <차이나타운>이 아주 실패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남성 누아르적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차이나타운을 비판한다. 아마도 이는 펑퍼짐한 몸매에 다리를 벌리고 앉는 습관을 가진 차이나타운 리더인 마우희를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나는 이런 행동이 반드시 남성 주류의 세계관의 진입은 아니라고 본다. 계란이 먼저 닭이 먼저의 오류를 범할 수 있겠으나 이것 역시 이분법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은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안되는 건가? 기존 남성 누아르에 나왔던 것처럼 잔인해서도 안 되는 걸까. 이 역시 이분법적 사고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의 특성은 대체 무엇일까. <차이나타운>이 어떤 남성 누아르 특유의 고정된 세계관에서의 성역할 교체만을 뜻한다고 주장하려면 이 질문이 앞서 선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성 누아르는 무엇인가.


영화를 같이 본 친구는 여기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마우희가 명예 남성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남성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라는 거다. 그렇게 보자면 이는 결국 서사적 인과관계가 일치한다고도 볼 수 있다. 


2.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해서 <차이나타운>을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석현과 일영의 씬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씬은 때로는 조악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어 극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나 짜증만 불러 일으킨다. 이동진 평론가가 말한대로 이는 석현을 극을 전개하는데 있어 '비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석현과의 씬에서 일영은 하지 않아도 될 말,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영화의 완성도를 처참하게 떨어트렸다. 다만 나는 그 조악함과는 별개로 일영이 석현이 일하는 레스토랑 앞에 서성이던 씬을 몇몇 <차이나타운>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겠다. 일영이 고급 레스토랑 앞에서 서성대면서 카운터 직원의 눈치를 보는 순간 영화는 써야할 빛을 모두 쏟아붓는다. 마치 영화 내내 사용해야할 빛 전부가 그 씬 안에서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일영이 느낀 감정은 다소 명확하다. 자신이 존재했던 어둠에 세계 너머 빛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끝끝내 깨달아버린 것이다. 빛의 세계로의 진입을 꿈꾸기 전에 좌초되지만 석현과의 감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빛의 진입을 꿈꿀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차이나타운의 세계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여기서 일영의 결말이 일정부분 정해졌다고 봐야한다. 


다만 여기서 석현의 연기가 다소 부자연스럽기는 했지만, 나는 석현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봤다. 그는 빛의 세계로 일영의 진입을 도운 환영의 일종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의 시도는 결국 처참하게 실패하고 일영은 다시 그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간다.   


3. 결국 일영은 성장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내적 성장이 아닌 차이나타운의 대모로서 일영은 그저 마우희의 전철 밟는데 그친다.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마우희가 자신의 엄마를 죽였듯이 일영은 자신의 엄마인 마우희를 죽인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떤 결말을 지어야 할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이드 아웃 (2015)  (0) 2015.09.15
쥬라기월드 (2015)  (0) 2015.07.02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1. (주)CKBcorp., 2015.06.29 12:05 신고

    동감입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Mad Max: Fury Road 
9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휴 키스-바이른, 조쉬 헬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오스트레일리아 | 120 분 | 2015-05-14



1.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 덧붙일 필요는 없다. 완벽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한 번은 SOUNDX 2D, 또 한 번은 IMAX 3D였다. 영화를 제대로 비평하기에는 2D가 적당하다. 2D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말하고 싶었던 영화에 대한 평은 3D로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모두 사라져 있었다. 3D의 만듦새가 훨씬 훌륭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되겠으나 이는 그보다는 3D 자체의 특성에 있겠다. 3D는 단 한 순간도 영화를 멀찍이 떨어져 사유할 수 없게 만든다. 종종 디스토피아적 SF 영화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영화를 볼 때에 3D 안경을 쓴 채 멍하니 홀로그램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삽입되는지 알 것 같았다. 2시간 내내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었다. 4D로 보면 분명 더할 것이다.   


2. 누군가에게 매드맥스가 미래 인류에의 통찰을 담은 영화라고 여겨진다면 사실 그는 영화를 제대로 독해한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안에는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유를 담은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미래 인류의 독재자인 '임모탄'은 물을 이용해 인민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역시 민영화는 이래서 위험해! 임모탄에 의해 그저 아기 낳는 '물건'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이 골반 밑에 차고 있는 장신구라든지. 장신구는 영화에서 몇초간 클로즈업되며 강조된다. 알비노와 같은 모양새로 소년병으로 길러지고 있는 워보이(War Boy)까지 많은 것들이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노예 사회를 연상시킨다. 매드맥스의 '비판적' 서사는 이처럼 따로 분석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얕다. 극을 이끌어가는 퓨리오사라는 전사는 여자이다. 이는 이미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반복해서 강조된다. 명징한 주제의식은 사실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통찰은 대개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 내내 관객이 해야할 통찰을 대신 해준다. 이는 내게 감독이 촬영한 3D의 특성과 유사해보인다. 


3. 어쩌면 평론가 전원의 만점 세례가 달갑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아바타>에서 이른바 대중과 평론가 간의 국공합작(!)이 있었는데 나는 영화 <아바타>의 여러 가지 부분-주연의 특성, 왕국의 묘사, 위기를 타파해나가는 장면, 악역의 모습 등이 디즈니 영화 <아틀란티스>와 너무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문제제기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쥬라기월드 (2015)  (0) 2015.07.02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Midnight in Paris 
8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정보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스페인 | 94 분 | 2012-07-05



씨네21의 김혜리 영화평론가가 미드나잇 인 파리를 '예술가 맞춤형 패키지 시간여행'이라고 칭했는데 여기에 공감하면서 엄청 웃었다. 파리를 향한 적당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영상과 함께 과거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피카소나 달리와 같은 이미 죽고 없는 유명인을 마주하면서 그들에게 보내는 동경어린 시선(덕질하며 경배하는 눈)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이나타운 (2015)에 대한 몇 가지 변명  (1) 2015.05.19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그녀 (2014)  (0) 2015.01.11



하나와 앨리스 (2014)

Hana and Alice 
6.7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아오이 유우, 스즈키 안, 카쿠 토모히로, 히로스에 료코, 아베 히로시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일본 | 135 분 | 2014-07-10
다운로드



예쁜 아오이 유우. 그리고 발레신. 영화 푸른 불꽃 이후의 주목할만한 스즈키 안. 이를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하나와 앨리스>. 이 영화는 아오이 유우에게 최적인 영화이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가장 적합하게 예쁜 모습으로 연기를 '보여주는' 아오이 유우를 만날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하고서는 이 영화가 대체 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겠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없는 영화는 적어도 내게는 그리 좋은 영화가 아니다. (대체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드 맥스(2015)  (0) 2015.05.18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그녀 (2014)  (0) 2015.01.11
UP (2009)  (0) 2015.01.11

1. 드라마 롱 베케이션의 여자 주인공 야마구치 토모코(미나미 역)와 중경삼림의 왕비와 상당히 닮았다. 표정부터 하는 행동도 쓰는 안경도 비슷한. 


2. 구석구석 굉장히 90년대 트렌디 드라마라는 티를 낸다. 특히 마치 짜맞춘듯 90년대 로맨스를 다룬 많은 드라마가 주인공 두 사람을 한참동안 엇갈리게 만들다가 마지막회나 가서야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게 만들지 않나. 어쩜 이렇게 정석대로 가지? 싶었다. 물론 20년이나 지난 지금은 더 이상 '트렌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3. 미묘하게 운명론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남녀간에 얽히는 연애가 이어지지만 결국 인연이 아닌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부분에서 계속 어긋나고 만다. 같은 영화를 봐도 좋아하는 부분이 미묘하게 다르다든지(서로 다른 사람과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영화를 보고 난 뒤 대화가 통한 건 세나와 미나미였다) 말을 섞을 때 서로 공감하는 부분, 좋아하는 가수(료코가 좋아하는 가수를 세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반면 신지는 료코와 이런 부분에서 통한다. 아마도 료코는 이것이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욕망하는 것(세나가 자신은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일단은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료코는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다. 료코에게 피아노 학원은 그저 한때 거쳐가는 장소였을 것이다.)이 상충된다. 드라마에 따르면, 인연이 아니라는 거다. 


4. 롱 베케이션에서 가장 멋진 인물은 야마구치 토모코(미나미). 요즘 근황을 찾아보다가 얼마 전 아베 히로시와 함께 가족드라마(2012년)에 출연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롱 베케이션 이후로는 전업 주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일절 드라마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이제는 쉰이 됐는데 얼마 전 인터뷰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 게 최고"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디서든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롱 베케이션에서 미나미는 유명한 모델이 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위치에서 서른을 맞게 되는데 그럼에도 유쾌하고 밝아서 내가 서른이 됐을 때에도 저런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나미는 그 정도로 매력적인 역할이었고 아직까지도 롱 베케이션이 심심찮게 호명되는 이유에 그녀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야마구치 토모코가 멋지게 늙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0) 2015.05.18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그녀 (2014)  (0) 2015.01.11
UP (2009)  (0) 2015.01.11
인터스텔라 (2014)  (0) 2015.01.11



그녀 (2014)

Her 
8.4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다운로드



2014년에 영화관에서 두 번 본 영화가 두 편 있는데 하나가 디즈니의 겨울왕국이고 다른 하나가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이다. 영화를 볼지말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정도면 나에게는 꽤 강력한 권유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와 앨리스  (0) 2015.05.17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그녀 (2014)  (0) 2015.01.11
UP (2009)  (0) 2015.01.11
인터스텔라 (2014)  (0) 2015.01.11
카트 (2014)  (0) 2015.01.11



(2009)

Up 
9.3
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출연
이순재, 에드워드 애스너, 크리스토퍼 플러머, 조던 나가이, 밥 피터슨
정보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 미국 | 101 분 | 2009-07-29



1. 원 참. 시작하고 바로 울리는 영화는 반칙이다.


2. 같이 본 친구는 자기가 생각한 최고의 애니매이션이라고 한다. 나에게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애니매이션이라고 생각한다.


3. 원초적으로 울고 웃을 수 있으니 영화가 끝나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롱 베케이션(1996)  (0) 2015.01.27
그녀 (2014)  (0) 2015.01.11
UP (2009)  (0) 2015.01.11
인터스텔라 (2014)  (0) 2015.01.11
카트 (2014)  (0) 2015.01.11
제보자 (2014)  (0) 2015.01.11

+ Recent posts